작성일
2018.10.31
수정일
2018.10.31
작성자
이민규
조회수
91

첫 인공 DNA의 탄생

출처 :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4&no=744474


인간은 정말 신이 되려는 것일까.

15년간 연구한 끝에 미국 연구진이 `외계에서 온 DNA`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만드는 데서 그치지 않고 살아 있는 생물에 넣어 복제되는 것도 확인했다. 지구에 있는 생물에서는 이제껏 발견되지 않은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 초석을 다진 것이다. 40억년 지구 역사상 처음으로 인간들이 이 같은 일을 해냈다. 미국 스크립스연구소 화학과 데니스 말리세프 박사와 플로이드 롬스버그 박사 공동 연구진은 새로운 염기쌍을 만들어 대장균에 넣은 뒤 복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세계적 과학저널 `네이처` 7일자에 게재됐다.

박테리아부터 옆집에 살고 있는 애완견, 길거리에서 볼 수 있는 잡초, 그리고 축구 대표팀 스트라이커로 선발된 박주영 선수까지, 모든 생물은 공통적으로 네 개의 DNA 염기로 이루어져 있다. 아데닌(A)과 구아닌(G), 시토신(C), 티민(T)이 그것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은 이렇게 네 가지 DNA 염기가 어떻게 배열되느냐에 따라 생물종 나름대로의 특성을 갖게 된다. 그런데 만약, 새로운 염기가 나타난다면 어떻게 될까. 지구의 질서가 깨지는 것은 아닐까.

스크립스연구소 연구진은 A, G, C, T 외에 X, Y라는 새로운 염기를 만들었다. 그 뒤 기존 염기와 새로 만든 염기를 섞은 `인공 DNA`를 만든 다음 대장균에 주입했다. 이후 대장균이 한 번의 분열을 거쳐 세포가 두 개로 나뉘었을 때 각 세포에 있는 DNA를 조사했다. 놀랍게도 두 세포 모두에서 A, G, C, T 외에 연구진이 인공적으로 넣어준 X, Y 염기도 모두 발견됐다. 인공 DNA가 복제된 것이다. 이 대장균은 지구에는 존재하지 않는 DNA를 갖고 있는 첫 생물이 된 셈이다.

고작 두 개의 염기가 늘어난 것이 무슨 대단한 일이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지금 존재하는 4개의 DNA는 RNA를 거쳐 생명체를 구성하는 필수 아미노산 20개를 만든다. 이 단백질이 발현되면서 생명체가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만약 X, Y 염기가 추가된다면 만들 수 있는 아미노산의 조합은 20개에서 172개로 늘어난다.

이를 잘 활용하면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DNA를 이용해 만들 수 없었던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 생명체에서 만들어내는 단백질은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능력을 갖고 있을 수 있다. 신개념 항생제는 물론 백신 등에 활용할 수 있을지 모른다. 연구진은 "새로운 염기 조합을 통해 지금까지 찾지 못했던 새로운 단백질을 만들 수 있으며 여러 분야에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직 단순히 단 한 쌍의 염기만 추가한 인공 DNA로 얻은 결과이기 때문에 넘어야 할 벽이 많이 남아 있다. DNA가 단백질이 되려면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새로운 염기가 들어섰을 때 메커니즘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지도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실제로 연구진이 인공 DNA가 대장균에서 복제될 때 자연 DNA 복제보다 속도가 느려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인간이 `신의 영역`을 침범한다는 측면에서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한 인공 DNA가 자칫 다른 생명으로 건너갈 경우 생태계 교란도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연구진은 이에 대해 "인공 DNA는 특별한 배양 환경에서만 생명력을 유지하기 때문에 자연환경을 교란할 위험은 없다"고 전했다.

인간이 신이 되려는 노력은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3월, 미국 뉴욕대 랑곤메디컬센터 제프 보에크 교수 연구진은 인공적으로 만든 DNA를 조립해 효모의 염색체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인간처럼 세포에 `핵`을 갖고 있는 생물의 염색체를 합성한 첫 사례로 꼽히는 이번 연구로 원하는 기능만 갖고 있는 생명체를 만들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효모는 맥주나 빵, 바이오연료는 물론 의약품 제조에도 활용된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특정 기능만 갖고 있는 효모 생산이 가능해진다. 자연에 존재하는 생물보다 인류에게 필요한 기능을 극대화한 `슈퍼생물` 제조가 가능한 것이다.

이처럼 인간이 신의 영역에 침범할 수 있던 것은 `합성생물학`이라는 학문이 나오면서부터 가능했다. 합성생물학이란 기존에 존재하는 자연상태의 생물학적 시스템을 벗어나 새로운 생물학적 시스템이나 인공생명체를 만드는 학문을 일컫는다.

인간이 합성생물학을 이용해 신의 영역에 도전하려는 이유는 인간에게 유용한 미생물을 만들기 위함이다.지난해 9월, 합성생물학의 세계적 석학으로 불리는 이상엽 KAIST 생명공학과 교수 연구진은 대장균에서 가솔린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기도 했다. 연구진은 대장균 배양액 1ℓ에서 약 580㎎의 가솔린을 뽑는 데 성공했다.

2010년 박테리아 유전체를 합성하고, 유전자염기서열 해독을 주도했던 합성생물학의 대가인 미국의 크레그 벤터 박사는 "환경오염 물질을 먹어 수소를 내놓는 인공생명체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인공 미생물을 이용해 수소를 대량 생산해낼 수 있다면 에너지 고갈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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